공범이 말한 것만으로, 나는 유죄가 되었다.
형사사건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다.
공범이 체포되어 진술을 했고,
그 진술에는 피의자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그 외에 별다른 물적 증거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오직 공범의 말만 믿고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는가?
공범의 진술은 가장 강력한 증거일까, 아니면 가장 불완전한가?
공범은 사건의 공동 당사자이자 피고인이다.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또는 본인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타인을 지목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법원은 공범의 진술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형사소송법상 공범의 진술은
기본적으로 ‘피고인 본인의 자백’은 아니기 때문에
보강 증거가 없으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보강증거 없이 유죄 판결, 가능한가?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있더라도
그 자백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일 경우,
반드시 보강되는 다른 증거가 있어야만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공범의 진술은 자백이 아니라 제3자의 진술이므로,
이를 근거로 판단할 경우 독립적 보강증거가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재판에서는
공범의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고
‘현장 정황과 부합된다’는 이유로
사실상 보강 증거 없이 유죄로 판단한 경우도 존재한다.
판례는 어디까지 허용하는가
대법원은 일관되게
“공범의 진술은 자백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 진술이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고,
제3의 자료나 영상, 물증 등과 연결될 경우에 한해서만
유죄 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급심에서는
공범의 진술만으로도
“정황상 납득된다”는 판단을 근거로
사실상 보강 증거 요건을 약화시키는 판결이 간간히 등장한다.
이런 흐름은 공범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는 구조와 맞물리면
사건의 진실이 아닌, 진술의 정치가 재판 결과를 좌우할 위험을 만든다.
공범 진술에만 의존한 판단의 가장 큰 위험
공범의 진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초기에는 타인을 지목하다가도
나중에 자신의 책임을 느끼거나
사건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미 공범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은
재심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오랜 시간 동안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감옥 안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현실이 발생한다.
이제 필요한 건 더 높은 기준의 ‘증거 평가’다
공범 진술은 그 자체로 의심이 가능한 증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신빙성을 검토할 때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 진술의 일관성
- 진술의 타이밍과 동기
- 다른 증거와의 구체적 연결 여부
- 사건 이후 진술 변화 여부
단지 말이 맞아떨어졌다는 이유로
사람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형사소송의 본질이고,
무죄추정 원칙의 출발점이다.
결론
형사재판은 진실을 찾는 절차다.
그 진실은 말이 아니라, 증거 위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공범의 진술은 사건의 퍼즐 조각일 수는 있지만,
전체 그림을 보여주는 유일한 조각이 될 수는 없다.
법원은 기억해야 한다.
사람의 말은 바뀌지만, 판결문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형사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의 말만 믿고 쓰여진 ‘확정 판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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