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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형사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의 실질적 보장과 현장 적용의 한계

진술거부권, 단순한 권리가 아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보장되는
가장 핵심적인 형사소송상 권리다.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이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 본인의 진술을 강제로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진술거부권은 종종 ‘침묵할 권리’ 정도로 축소되거나
실제로 행사할 경우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진술거부권은 단지 말하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말하지 않음으로써 불이익을 받지 않을 보호막이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의 실질적 행사,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서에 ‘진술거부’로 기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진다.
조사관이 "진술 안 하면 오히려 의심받는다",
"협조하면 양형에서 반영된다"는 식의 유도성 발언을 하며
사실상 진술을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는
자신의 방어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며,
그 진술이 나중에 증거로 사용된다.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그 전제조건으로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진술거부하면 불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

 

형사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의 실질적 보장과 현장 적용의 한계

법정에서의 진술거부, 분위기의 압박

법정에서도 진술거부권은 존재하지만,
직접 발언을 거부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일부 판사는 이를 방어권 행사로 이해하기보다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식하기도 하고,
배심원제 형사재판에서는 ‘무언의 유죄 추정’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모든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방청객은 물론, 언론 보도에서도
“끝까지 침묵했다”는 표현으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진술거부권은 존재하지만
그 실질적인 보호는 분위기, 시선, 해석에 따라 흔들리기 쉽다.


대법원의 태도는 일관될까?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진술거부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의 정황으로 삼을 수 없다.”
이는 법리상 정당하다.

하지만 하급심에서는
진술거부한 피고인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로 보고
검찰이 제출한 정황 증거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경향이 여전하다.
또한 진술거부권이 형식적으로 고지되었지만,
그 실질적 의미와 효과에 대한 설명 없이
‘고지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법원조차도
진술거부권을 법적으로 존중하면서도
판단에는 ‘말하지 않은 태도’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제도 보완의 필요성과 실천 방안

진술거부권이 진정한 권리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1. 진술거부 고지를 ‘표준 영상 녹화 절차’에 포함하여
    행사 여부를 명확히 남길 것
  2.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 동석을 의무화하고
    진술거부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할 것
  3. 법원에서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해
    편견 없는 재판을 위한 판사 교육 강화
  4. 언론 보도에서도 진술거부에 대한 편향적 표현을 제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

이러한 개선이 없다면
진술거부권은 이름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더 불리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진술거부권은 단지 ‘입을 다무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방패이자,
불완전한 수사와 재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호막이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심받는 사회,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로 기우는 시스템이라면
그 누구도 자유롭게 자신을 지킬 수 없다.

형사절차는 정답을 말하게 하는 과정이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진실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중심에 진술거부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