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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형사합의서 작성 시 법적 유효요건과 분쟁 예방 체크리스트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지만, 서류 하나 때문에 또다시 소송이 시작됐다.
형사합의는 감정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법적 절차다.
단지 사인을 주고받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법원과 수사기관이 판단의 근거로 삼는 문서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의에 이르렀다면,
그 의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은 필수다.
잘못 쓰인 한 줄이 무죄를 유죄로, 혹은 형사조정을 민사소송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합의서는 '계약서'다. 감정보다 법이 먼저 읽는다.

합의서는 민법상 계약서로 분류된다.
따라서 작성 시에는 의사표시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용서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의도는 전하겠지만,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법적 의사로 해석되기엔 부족하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향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
이와 같은 표현이 포함돼야 합의서의 법적 효력은 분명해진다.

 

형사합의서 작성 시 법적 유효요건과 분쟁 예방 체크리스트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분쟁 유형

첫째, 피해자가 합의서를 썼지만 나중에 진정 취지를 번복하며
“강압에 의한 작성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합의서에 ‘자발적 작성’이라는 문구와 ‘일시·장소·서명’이 정확히 포함되어 있다면
법원은 자발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높다.

둘째, 합의서를 작성했는데도 피해자가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다.
“형사에 대한 처벌불원”과 “민사상 손해배상포기”는 법적으로 구별된다.
민사상 책임도 없애고 싶다면 반드시
“향후 민사상 청구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셋째, 중간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이나 대리인이 등장하는 경우다.
피해자 본인이 아닌 사람이 합의서에 서명했을 경우
그 효력은 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사자 확인 절차는 생략할 수 없다.


실무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체크포인트

  • 서명자는 실제 피해자인가?
  • 서명은 자필인가, 아니면 대리인의 위임인가?
  • 합의금은 명확히 지급되었는가?
  • 합의서 원본은 어디에 보관되는가?
  • 합의 내용은 처벌불원만 해당되는가, 민사까지 포함되는가?
  • 일시, 장소, 작성 사유는 적혀 있는가?

이 항목들을 점검하면
형사합의서를 둘러싼 대부분의 분쟁은 피할 수 있다.


형사합의는 마무리의 기술이다. 그러나 기술보다 기본이 우선이다.

형사합의서는 종종 '감정의 종결'로 여겨진다.
그날, 그 상황에 맞춰 서로 마음을 푸는 데 집중되기 쉽다.
그러나 법은 감정보다 서류를 본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 빠진 항목 하나가
나중에 무고죄, 손해배상, 형사재심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잘 쓰인 합의서 한 장은
변호사 수십 명의 조언보다 든든한 보호막이 된다.
형사절차에서 진정한 마무리는
감정이 아닌, 법적 구조를 가진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