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언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바뀌는가
형사재판에서는 증인의 진술이 판결의 향방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재판 중에 증인이 이전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조사 단계에서 말한 내용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판사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
검찰은 진술 번복을 신빙성 문제로 보고 공세를 강화하고,
변호인은 번복된 진술을 새로운 증거로 삼으려 한다.
증인의 진술이 재판에서 바뀌었을 때,
그 변화는 판결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주는지,
그 판단 기준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재판에서 진술이 바뀌는 이유
증언 번복이 일어나는 배경은 매우 다양하다.
첫째, 수사 단계에서 위축되거나 압박을 느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
둘째, 증인과 피고인 사이의 관계 변화
셋째,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려는 심리적 결단 등이 있다.
또한 기억의 오류, 오해, 심리적 영향도 번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진술이 바뀌는 이유 자체가 곧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단서가 되기 때문에
재판부는 단순히 진술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왜 바뀌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변화가 발생했는지를 더 중시한다.
3. 법원은 어떤 진술을 채택할까
대법원은 진술이 번복된 경우에도
모든 진술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최초 진술과 법정 진술 중 어느 쪽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객관적인 정황과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수사 단계에서는 매우 단편적인 진술만 했는데,
법정에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했다면
오히려 법정 진술이 더 신뢰를 받는다.
반대로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서 내용이 애매해지거나
다른 정황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초반 진술이 채택될 수 있다.
법원은 진술의 시점보다는 그 내적 신뢰성과 객관성과의 부합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4. 판례가 보여주는 실제 판단 기준
서울고등법원에서는 2021년 강제추행 사건에서
증인이 경찰 조사 때는 분명한 피해 사실을 진술했지만,
재판에 나와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판단했고,
경찰 단계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대구지방법원 2020년 판례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경찰에서 했던 증인이
법정에서는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말했었다"고 증언했고,
그 주장에 대해 수사관의 압박 정황도 확인되어
법원은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어느 진술이 법정에서 더 신뢰를 받을지는
정황과 진술의 질,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5. 신빙성을 흔드는 것보다,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형사재판에서 진술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비교되고 검토되는 증거 중 하나다.
진술이 바뀐다고 해서 그것이 곧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모든 번복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그 진술이 구체적이고, 다른 증거들과 일치하며,
재판부에게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형사소송에서 이기는 진술은
가장 먼저 한 말이 아니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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