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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자백이 피고인 아닌 공동피의자에 의한 경우 그 증거능력

1. 서론 – 진실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가?

형사재판에서 자백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그러나 모든 자백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백은 반드시 그 진술이 자발적이고 신빙성이 있어야 하며,
또한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수집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생긴다.
피고인이 아닌, 다른 공범이 자신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면?
즉, 공동피의자의 자백이 있을 때,
그 진술을 피고인의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증거 인정 여부를 넘어,
형사재판에서의 방어권 보장,
반대신문권,
그리고 공정한 재판 절차의 핵심 가치와 직결된다.

이번 글에서는

  • 공동피의자의 자백 개념과 증거능력의 원칙
  • 형사소송법상 적용 조항
  • 판례를 통한 판단 기준
  • 실무상 오남용의 우려와 방어 전략
    등을 통해 이 쟁점의 핵심을 명확히 짚어보겠다.

자백이 피고인 아닌 공동피의자에 의한 경우 그 증거능력

 

2. 공동피의자의 자백 – 증거능력 인정의 복잡한 조건

공동피의자란 같은 범죄 또는 밀접하게 연관된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말하며,
그 중 한 사람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다른 사람의 범죄 사실까지 진술하는 경우가 바로
공동피의자의 자백 진술이다.

예를 들어 A와 B가 공모하여 범죄를 저질렀고,
A는 자신의 범행뿐만 아니라 B의 범죄 내용도 자백했다면,
이때 A의 진술을 B에게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은
공판정에서 반대신문의 기회가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공동피의자의 자백은 ‘진술의 주체’가 피고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반대신문이 보장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

이 원칙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에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자백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반박할 수 없는 구조에서 수집된 것이라면
그 자백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3. 판례로 본 공동피의자 자백의 증거능력 판단 기준

대법원은 공동피의자의 자백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신문권 보장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예시 1)
대법원 2004도1632 판결
공범의 수사기관 진술이 피고인의 유죄 증거로 제출되었으나,
공판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반대신문이 불가능했던 사안에 대해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공범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예시 2)
대법원 2010도4298 판결
공동피의자가 법정에 출석해 동일한 내용을 진술했고,
피고인 측이 반대신문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은 경우

“비록 해당 진술이 이전에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진 것이더라도,
법정에서 동일 진술이 반복되고 반대신문이 있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공동피의자의 자백이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선 반드시

  1. 법정 출석
  2. 동일 진술 반복
  3.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 보장
    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실무상 문제점과 방어전략 – 진실과 조작의 경계

현실의 수사 과정에서는
공범 중 한 명이 수사기관의 압박, 회유, 또는 형량 감면 기대 속에서
타인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공동피의자의 자백은
실체적 진실을 담기보다는
자기 구명을 위한 방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자백이 증거로 제출된다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 공범의 진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었는지 확인
  • 수사기관 조사 당시 진술 조서가 자발적이었는지 검토
  • 법정에 출석시켜 반대신문을 반드시 요구
  • 자백 내용과 객관적 증거의 부합 여부 분석
  • 공범과의 이해관계(형량 감면 등)를 근거로 신빙성 공격

특히, 공범이 형량을 줄이기 위한 협상형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진술의 동기와 외부적 이익에 주목해야 한다.


5. 결론 – 공범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이 당신을 유죄로 만들 수 있는가?

공동피의자의 자백은
겉보기에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술이

  • 피고인이 직접 반박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왔고,
  • 다른 증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 진술 동기에 의심이 있다면,
    그 진술은 ‘사실을 드러내는 말’이 아니라,
    ‘자기방어를 위한 조작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형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진술의 존재가 아니라, 진술의 검증 가능성이다.
아무리 정확한 말이라도
그 말에 대해 피고인이 반박하고 방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그건 진실이 아니라 불공정의 가능성이다.

진실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가보다,
그 진실을 누가 어떻게 반박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