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피고인은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하는가?
형사재판은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직접 재판에 참여하고, 자신의 입장을 진술하는 절차를 따르게 된다.
이는 단지 형식적인 출석이 아니라,
재판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형사재판에는 ‘공판준비기일’이라는 절차가 존재한다.
이는 정식 공판절차에 앞서,
검사와 변호인이 증거의 정리, 쟁점의 정리 등을 논의하는
일종의 사전 회의 성격을 가지는 절차다.
이때, “피고인은 이 공판준비기일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출석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절차상 피고인의 권리와 의무,
절차의 효율성과 공정성의 충돌이라는 복합적인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 공판준비기일의 의미와 제도적 취지
- 피고인의 출석 의무에 대한 법적 해석
- 학설 및 판례의 대립
- 실무상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이 쟁점의 실체를 차근차근 분석해보겠다.
2. 공판준비기일이란 무엇인가?
공판준비기일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명시된 절차로서,
정식 공판 전에 이루어지는 준비 절차를 말한다.
이는 민사소송의 변론준비절차와 유사하게,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식 공판에서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공판준비기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논의된다:
- 공소사실에 대한 쟁점 정리
- 증거 목록 제출 및 증거조사의 예정
- 증인 신문 계획 수립
- 양형 관련 사전 의견 교환 등
이 절차는 실질적 재판이 아닌 사전조율 과정이라는 특성상,
일부 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직접 참여가 생략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이 이 자리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지 여부는
법률 해석상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3. 피고인의 출석 의무에 대한 학설과 해석의 차이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의 출석 의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학설 및 실무상 해석이 분분하다.
크게 다음과 같은 견해들이 존재한다.
① 출석 의무 있음 (강행설)
– 공판준비기일도 공판절차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피고인은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절차에서는 모든 절차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는 형사소송의 특성상
피고인의 방어권,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고인의 출석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② 출석 의무 없음 (임의설)
– 공판준비기일은 실질적 재판이 아닌 준비 단계이며,
변호인을 통해 절차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출석은 필수적이지 않다는 견해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서도
피고인의 출석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③ 재판부 재량에 따른 출석 요건 (중간설)
–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피고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변호인 출석만으로도 절차가 가능하다는 중간적 입장이다.
이는 피고인의 개인 사정, 재판의 복잡성 등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이론상 해석은 갈리며,
실무에서도 사건의 유형, 재판부의 판단, 피고인의 입장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4. 판례와 실무에서 나타난 출석 문제
우리 대법원은 현재까지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한 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판례적 흐름이 있다.
대법원 2013도14237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조사가 일부 진행된 것에 대해
“공판준비기일은 실질적 재판이 아니며,
피고인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일부 1심 재판부에서는
“쟁점 정리를 위해 피고인의 직접적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출석을 요구한 뒤 불출석 시 소환장 발부 또는 불이익을 고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선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로
준비기일이 진행되면, 해당 절차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는 사례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실무상 재판부는
- 피고인의 출석 없이도 쟁점이 명확한 경우는 변호인 단독 출석으로 절차를 진행하며,
- 피고인의 입장이 중요한 사건은 직접 출석을 요청한다.
즉, 출석 의무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재판부의 판단과 절차적 상황에 따라 실질적인 출석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결론 – 의무보다 중요한 건 절차의 정당성과 방어권 보장
형사소송에서의 출석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의 권리 행사이자, 공정한 재판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모든 재판 절차에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하게 되면,
불필요한 절차적 부담과 행정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판준비기일에 있어서도
▶ 출석 여부는 법원이 정당한 판단 아래 결정하고,
▶ 피고인과 변호인은 그 절차가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절차가 불공정해지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과 조율이 이루어져야 하며, - 재판부 또한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충분한 준비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출석은 의무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한 재판을 위한 실질적 참여다.
형식보다는 내용, 절차보다는 실질.
그 기준에서 출석의무는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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