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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재정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의 가능성

1. 서론 – 검찰이 기소를 거부했을 때, 그 문은 정말 끝까지 닫히는가?

형사소송에서 기소 여부는 검사의 전속적 권한이다.
하지만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있을 때, 피해자나 고소인은 이에 불복하고
재정신청이라는 절차를 통해 법원에 다시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기소 독점주의를 견제하고,
정당한 소추를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이다.
그런데 만약 재정신청마저 법원에서 기각된다면, 피해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때 한 가지 마지막 카드가 떠오른다.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다.

재정신청 기각 결정이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또는 단순한 사법적 판단에 불과한지에 따라
헌법소원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 재정신청 제도의 기본 구조,
  • 기각 결정의 법적 성격,
  • 학설과 판례의 대립,
  • 그리고 헌법소원이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가능성까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분석해보겠다.

 

재정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의 가능성

2. 재정신청 제도의 구조와 의미

재정신청이란, 검사가 고소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60조 이하에 규정되어 있다.

재정신청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1. 고소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2.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하면,
  3. 고등법원이 기록을 검토하여
  4. 기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강제기소 결정을 내리고,
  5.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기각한다.

이 절차는 검사의 권한 남용이나 소극적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국민의 권리 보장 장치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재정신청 기각 결정이 나오면,
그 순간부터 피해자는 형사절차상 모든 권리행사 수단이 차단된다.

이 상황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다시 다투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권리 구제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3. 재정신청 기각 결정의 법적 성격 – 사법적 판단인가, 공권력 행사인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대상 행위가 헌법 제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정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해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정신청 기각 결정은 이 요건을 충족할까?

이에 대해 학설과 판례는 크게 갈린다.

공권력 행사 부정설

  • 재정신청 기각 결정은 단순히 사법기관의 재판행위에 해당하며,
  • 고소인의 주관적 권리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법원의 재판행위는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

공권력 행사 긍정설

  • 재정신청은 단순한 소송절차가 아니라
  • 피해자의 기본권(재판청구권, 피해회복권)과 직결된 문제로,
  • 법원의 기각 결정은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행위이므로
  • 헌법소원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견해는
▶ 국가형벌권 행사의 공정성,
▶ 피해자의 권리 구제 가능성
을 강조하며, 사법적 판단이 아닌 실질적 권리 침해라고 본다.


4. 헌법재판소 판례와 예외적 허용 가능성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법원의 재판 그 자체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판례:
헌재 2001헌마1012 결정

“재정신청 기각 결정은 사법권의 행사이며, 고소인에게 헌법소원을 통한 권리구제 수단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학설과 소수의견에서는

  • 재정신청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었거나
  • 법원이 명백히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이 허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 재정신청 절차에서 고소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든지,
▶ 명백히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결정이 내려진 경우라면
이는 단순한 재판행위가 아니라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로 간주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예외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경우 재정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5. 결론 – 재판의 문이 닫힐 때, 헌법의 문까지 닫혀서는 안 된다

재정신청은 피해자에게 있어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수단조차 기각되었을 때,
법률상 추가적 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사절차상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물론 헌법소원은
▶ 법원의 재판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절차적 정의를 중시하는 현대 법질서에서,
피해자의 재판청구권이 형식적으로만 보장되고
실질적으로 박탈된다면,
예외적 헌법소원 허용 논의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법원의 재판이니까 대상이 안 된다"는 틀에 갇히기보다는,

  • 피해자의 권리 침해 여부,
  • 재판 절차의 정당성,
  • 기본권 보호 의무의 충실성
    을 보다 정밀하게 따져
    헌법적 구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판의 문이 닫힌다 하더라도,
헌법의 문은 끝까지 열려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