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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공범이 있는 사건에서 일부 피고인의 진술 거부권 행사와 유죄 입증 한계

1. 형사공범 재판, ‘입을 닫는 공범’의 존재

형사재판에서 공범이 있는 사건은 증거 구조가 단일 피고인 사건보다 훨씬 복잡하다.
특히 문제는, 공범 중 일부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른 피고인의 유죄 입증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은 헌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모든 피고인 및 피의자에게 자기부죄거부권을 보장한다.
이 권리는 단순히 침묵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진술 요구에 대해 일절 응답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하지만 문제는, 공범 사건에서는
피고인 A가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피고인 B의 유죄 입증을 간접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누구 하나라도 입을 다물면 전체 사건이 불명확해지는 구조가 발생한다.


2. 실무에서 벌어지는 대표적 충돌 상황

가장 흔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 검찰은 피고인 A, B, C를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
  • 피고인 A는 경찰 단계에서 자백,
     B는 자백 후 번복,
     C는 재판 전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

법정에서 A의 진술은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B는 “C가 주범이었다”고 말하지만,
C는 전면적인 진술거부로 일관한다.
검찰은 C가 침묵하는 사이
다른 피고인의 진술을 통해 유죄 입증을 시도하지만,
C 측은 “공범 진술은 명확한 객관증거가 아니며,
자신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C의 침묵이 법정에서 '유죄 시사'로 해석되어선 안 된다는 것.
반대로 검찰은 C의 진술 거부가 전체 진실을 가리는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다.


3. 법원의 판단: 침묵은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

📌 대법원 2015도12341 판결
“피고인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권리이며,
그 침묵 자체를 유죄 정황으로 삼아선 안 된다.”

📌 헌법재판소 2021헌바121 결정
“공범 사건에서 한 피고인의 진술거부가
다른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방식은
방어권을 침해하며 위헌 소지가 있다.”

📌 서울고등법원 2023노654 판결
공범 중 한 명이 재판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공동피고인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주장하자
“진술거부는 증거 부족을 보완할 수 없으며,
 객관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

💡 요약하면:
🔹 진술거부 자체는 정당한 권리
🔹 검사는 별도의 물증 또는 독립된 증거를 제시해야 유죄 인정 가능
🔹 단순한 공동피고인의 진술만으로는 유죄 입증 부족

공범이 있는 사건에서 일부 피고인의 진술 거부권 행사와 유죄 입증 한계

 

4. 실무 전략: 피고인과 변호인의 대응 포인트

진술거부권은 방어 전략의 무기일 수 있지만,
적절히 사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방어에 취약해질 수 있다.
아래 전략을 통해 유리한 지형을 확보할 수 있다:

🔸 피고인 입장:

  • 진술거부권 행사는 철저히 전략적으로 판단
     → 단순 침묵이 아닌, 문서 제출 + 탄원서 + 객관증거 대응 준비 병행
  • 재판부에 오해를 줄 수 있는 무반응보다는
     → 변호인을 통해 진술거부 사유서 제출 권장

🔸 변호인 입장:

  • 공동피고인의 진술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연결하는 흐름에 반론 제기
  • “공범 진술은 자백에 불과하며,
     자백에는 반드시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는 점 강조
  • 피고인의 자발적 침묵이
     결코 유죄 입증을 위한 단서가 될 수 없음을 반복하여 설득

5. 결론 – ‘침묵’은 죄가 아니다

형사공판에서 말하지 않는 피고인은 불편함의 대상이지만,
결코 불리하게 단죄되어선 안 된다.
침묵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그 침묵을 넘어서 유죄를 입증하려면
검찰은 객관적 증거정황적 논리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공범이 있는 사건일수록,
말하지 않는 이의 침묵은 때때로
진실을 더 분명히 드러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침묵은 방어의 권리이며,
그 자체가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형사재판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