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은 검사가 입증 책임을 지고, 피고인이 반박하며,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삼각구조의 중심에서 재판부는 ‘심판자’로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의 법정에서는 때때로 판사가 직접 증거를 조사하거나 증인을 신청하는 등 소극적 심판자 이상의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바로 직권증거조사제도에 해당하는 절차로, 형사소송법 제290조 및 제298조 등에 따라 법원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증거를 스스로 조사하거나 증인을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직권증거조사는 이론상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완하고, 검사의 입증 실패로 인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중대한 오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 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나 최근 실무에서는 이 제도가 오히려 재판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해석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사가 제출하지 않은 문서나, 소환하지 않은 증인을 판사가 “직권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특히 검찰의 입증 부족을 법원이 대신 보완해주는 것처럼 비춰질 위험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직권행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작용할 경우,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판사의 편향적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피고인이 증거에 대해 다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거나, 사전에 해당 증거의 제출 여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경우, 그 증거는 형식적으로는 적법하게 채택되었더라도 실질적인 방어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직권증거조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직권증거조사의 남용을 막기 위해선 판사가 해당 증거를 채택하기 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그 필요성과 범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증거 조사에 앞서 의견 제출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검찰이 입증에 실패하거나 증거 제출을 고의로 지연한 경우, 이를 법원이 대신 보완해주는 방식의 개입은 금지되어야 한다. 피고인의 입장에서 재판부는 절대적인 심판자이기 때문에, 그 중립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될 경우 방어 전략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형사공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권증거조사는 그 목적이 ‘진실발견’이더라도 ‘과정의 공정함’이라는 형사소송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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