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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수사 개시 후 피의자의 언론 접촉 제한의 법적 근거와 위헌 가능성

1. 피의자의 ‘말할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자, 동시에 ‘입을 다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되면 피의자의 진술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사법적 효과를 불러오는 행위가 되며, 그 발언이 외부 언론에 전달될 경우 공정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검찰이나 경찰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언론 인터뷰, SNS 게시, 외부 접촉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제한을 가하거나 권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한이 과연 법적 근거가 있는가? 혹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 주목을 받는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법조계 내에서도 심각한 위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 실제 사례: 피의자의 유튜브 인터뷰 후 수사기관 제재

2024년 하반기, 서울 모 연예기획사 대표가 횡령 혐의로 입건되자 곧바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2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여론을 크게 흔들었고, 이후 경찰은 해당 피의자에게 “수사 협조를 저해하는 언론행위를 중단하라”는 공식 서면 통지를 전달했다.

논란은 커졌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경찰이 “언론 접촉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했고, 경찰은 “수사 기밀 유지와 추가 피의자 도주의 우려”를 이유로 들며 맞섰다. 실제로 이 사건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형사절차 내 ‘피의자 언론활동’의 적법성 여부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사 개시 후 피의자의 언론 접촉 제한의 법적 근거와 위헌 가능성

 

3. 현행 법령에서의 언론 제한 관련 근거는?

현재 형사소송법 또는 형법 어디에도
‘피의자의 언론 활동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간접적 법률 조항이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 형사소송법 제198조(수사 비밀 유지)
     → 수사기관의 수사 기밀 누설 방지 조항이지만,
      피의자의 발언을 제한하는 직접 근거는 아님.
  •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
     → 오히려 수사기관이 부당하게 피의자의 활동을 막을 경우 해당 조항 위반 소지 존재.
  • 공무원 행동강령 및 경찰 내부지침
     → 피의자의 언론활동 제한 권고 지침이 있으나,
      법률로서의 강제성은 없음.

즉, 피의자가 직접 언론에 나서 입장을 밝히는 행위는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그 행위가 명예훼손·무고·증거인멸 시도로 연결될 경우
별도 형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4. 쟁점 비교: 표현의 자유 vs 공정수사권

구분표현의 자유 (피의자 측 주장)공정수사권 (수사기관 측 주장)
헌법 근거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헌법 제12조 적법절차 원칙
핵심 논리 “나는 억울하다”는 말을 막을 수는 없다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왜곡하면 수사에 장애
한계점 허위 사실이면 별도로 처벌 가능 명확한 법률 없이 제한하면 직권남용 가능성
법적 근거 형사법상 언론금지 조항 없음 내부 지침, 사안별 판단에 의존
 

현실에서는 두 주장이 모두 타당성을 지니고 있어
결국 개별 사건마다 법원이 어떤 기준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과거 유사 사건에서
“형사피의자의 표현은 원칙적으로 보호되며, 제한하려면 명확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5. 실무상 권고 및 대응 전략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1. 발언의 시기: 수사 초기, 특히 피의자신문 전 인터뷰는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 내용의 명확성: 사실 기반 주장을 하되, 피의 사실 자체는 언급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법률 자문 필수: 형사전문 변호인의 자문을 받은 후 발언 여부를 결정할 것.
  4. SNS 자제: 감정적으로 쓴 글이 유죄 판단 시 ‘반성 없음’으로 해석될 위험 존재.
  5. 피해자 언급 금지: 피해자를 특정하거나 모욕하는 경우, 추가 명예훼손으로 기소 가능성 있음.

요컨대 언론과의 접촉은 수사나 재판에서 방어가 아닌 불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감안해야 한다.


6. 결론 – “말하는 것”과 “입증하는 것”은 다르다

피의자가 억울함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형사절차 안에서의 발언은 그 자체가 **‘증거로 남을 수 있는 발언’**이다.
법적으로 막을 근거는 없지만,
그 행위가 새로운 법적 책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제한적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

수사기관이 언론 접촉을 제한하는 데에는 법적 한계가 있으며,
제한하려면 국회 차원의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대로 피의자 또한
자신의 말이 언제, 어떻게 불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감안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