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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통신사실확인자료 열람·제공의 적법성 쟁점 분석

통신기록, 그건 나만의 정보일까?

2022년 가을, A씨는 갑자기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사이트에 특정 댓글을 단 혐의로 고소가 접수됐습니다.
A씨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A씨는 당황했다.
“내가 언제, 무슨 통신기록을 제공했다고?”
알고 보니 경찰은 A씨의 IP주소, 접속 일시, 통신사 가입정보
법원 영장 없이 통신사에 요청해 확보한 상태였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자료 제공, 과연 적법한가?

 

통신사실확인자료 열람·제공의 적법성 쟁점 분석

통신사실확인자료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자가
어떤 통신 수단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다.
예를 들어:

  • 발신·수신 번호
  • 접속 일시와 IP주소
  • 사용한 통신 기지국
  • 문자 전송·수신 내역 (내용 제외)
  • 가입자 실명 및 주소

중요한 건,
이 정보는 사적인 통화 내용이 아니라 "외부 흔적"이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하려 한다는 것
이다.


법원 영장 없이 제공받을 수 있을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단,

  • 범죄 수사를 위한 목적이고
  • 통신사에 공문을 통해 요청하며
  • 사후에 관련 절차 보고만 하면 된다.

이 구조는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자유
충돌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타임라인: 한 사건 속에서 적법성과 위법성은 어떻게 엇갈렸는가?

Step 1 – 고소 접수와 수사 착수
고소장이 접수되자 경찰은 해당 사이트 서버에
“해당 시간대 댓글 작성자의 IP주소 제공”을 요청했다.
사이트는 이를 수사협조 차원에서 넘겼다.

Step 2 – 통신사로 자료 요청
경찰은 확보한 IP주소를 통해
통신 3사에 접속자 정보, 가입자 이름, 휴대폰 번호를 요청했다.
이때 법원 영장은 없었다.

Step 3 – 피의자 특정 및 소환
이 자료를 근거로 A씨를 특정하고 소환 통보를 했다.
A씨는 조사에서
“IP주소는 내가 아닌 가족이나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피의자로 특정된 상태였다.

Step 4 – 위법성 주장
A씨 측은
“영장 없이 통신기록을 받은 수사는 위법”이라며
증거능력 배제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영장 없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판례는 어떤 입장인가?

📌 헌법재판소 2012헌마191 결정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내용이 아닌
외형적 정보에 불과하므로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요청이 헌법상 위헌은 아니다."

📌 반면, 서울중앙지법 2019고단1786 판결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사 편의만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요청할 경우,
이는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즉,
현행법은 ‘가능’하지만,
▶ 너무 쉽게 이뤄지는 요청 방식은 기본권 침해 우려가 높고,
▶ 법원도 상황에 따라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가장 큰 문제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실제로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통신사들이 사실상 영장 유무보다
‘협조요청 문서가 있는가’만 본다는 구조,
피의자에게는 나중에야 자신이 정보 제공 대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구조.

이것은 알 권리 침해,
나아가 사후 방어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한 가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활용된다.
단순 댓글, 문자 한 통, 메신저 접속만으로도
내 정보는 타인의 고소장 한 장으로 수사기관에 넘어갈 수 있다.

헌법은
▶ 통신비밀의 자유,
▶ 절차적 정당성,
▶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

이 권리는
법의 사각지대에선 침해되기 가장 쉬운 것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