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고죄, 형사절차의 마지막 역공인가?
무고죄는 누군가를 ‘없는 죄’로 신고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고소하는 것을 형사처벌하는 범죄다.
문제는 무고죄가 수사 종료 또는 재판 종료 후
뒤늦게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죄를 받은 피고인이 다시 고소인을 무고로 고소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때 검사나 경찰이 사건을 그대로 수리하고
다시 수사에 착수하면서
‘한 번 끝난 사건이 또 시작되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방식은 형사소송 절차의 남용 가능성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사법시스템을 보복성 수단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무고죄가 형사절차에서 어떻게 오남용되는지,
그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찰해본다.
2. 무고죄 기소 시점에서 발생하는 실무상 문제들
● ① ‘무죄 = 무고’라는 오해
피고인이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그 고소인이 자동으로 무고죄를 저지른 건 아니다.
형법상 무고는 허위의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고소했을 때 성립하는 것이며,
‘착오’나 ‘기억 오류’로 인한 고소는 무고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무죄 판결만으로 곧장 무고로 고소하는 일이 빈번하며,
이는 형사 절차의 오남용 대표 사례로 꼽힌다.
● ② 고소에 대한 보복성 대응
피고인이 유죄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도
자신의 처벌을 모면하거나
보복 심리로 고소인을 역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수사기관이 무고 사건을 단순 수리만 하고
정밀 판단 없이 수사에 착수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중 피해를 겪게 된다.
● ③ 수사기관의 판단 기준 부재
무고죄는 본질적으로
**‘수사기관 스스로 자신의 수사 정당성을 뒤집는 판단’**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판단하거나
아예 진지하게 수사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한다.
→ 이로 인해 고소인이 억울하게 무고 피의자가 되거나
반대로 명백한 무고 사건이 방치되기도 한다.
3. 실무상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
무고죄는 취지 자체는 정당하지만,
그 적용 시기나 방식이 잘못되면 형사사법체계 전체를 훼손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 ① 무고 고소 요건의 강화
- 무죄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무고로 고소하려면
→ 단순 ‘무죄’를 이유로 삼을 수 없고
→ 고의적 허위진술이라는 구체적 입증자료 제출을 요건으로 강화
✅ ② ‘보복성 역고소’ 판별 시스템 도입
- 피고인의 무고 고소가 단순 방어권을 넘어
보복성 정황이 짙은 경우
→ 수사 개시 전 단계에서 제3의 기구가 적정성 심사하도록 개선
✅ ③ ‘수사기관의 자기반성 기능’ 독립화
- 무고 수사는 본래의 수사기관(경찰, 검찰)과 다른 기구에서 담당하거나
→ 고소 사건을 다룬 검사와 무고 사건 수사를 분리하여
자기판단 충돌을 방지
결론 – 형사절차는 ‘보복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무고죄는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사람을 거짓으로 형사처벌 받게 하려는 중대한 범죄다.
하지만 그만큼
기소와 수사의 기준이 엄격해야 하고,
절차의 남용도 철저히 방지되어야 한다.
형사사건이 무죄로 끝났다고 해서
곧장 무고가 되는 게 아니며,
고소인이 잘못 기억했거나 법적 이해가 부족했던 것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형사소송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이지,
재판 끝에 다시 시작되는 전쟁터가 되어선 안 된다.
형사 절차가 끝나는 그 순간,
누군가의 삶은 비로소 회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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