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형사소송법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대한 대응방안과 헌법적 한계

1. 서론 – 수사기관의 질문이 아니라, 압박이 느껴질 때

형사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수사기관의 질문 앞에 앉는 순간
그 자체로 긴장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긴장이 ‘법에 의한 조사’인지,
‘심리적 강압’인지
모호해질 때다.

언뜻 보면 정당한 신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된 유도 질문,
장시간 진술 유도, 심지어 회유와 협박까지
포함된
**‘강압수사’**의 형태를 띄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 수사기관의 정당한 신문과 강압수사의 구분
  • 강압수사의 헌법적 한계
  • 강압수사에 직면했을 때 피의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전략
  • 실제 사례를 통해 법리적으로 정리되는 기준
    을 현실 중심으로 살펴본다.

2. 강압수사란 무엇인가? — 수사의 한계를 넘는 순간

🔍 강압수사의 개념

강압수사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 법률상 허용된 범위를 넘어,
피의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진술을 유도하거나,
협박·회유 등 부당한 방법으로 자백을 이끌어내는 조사 방식을 말한다.

📌 형사소송법 제309조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감금 등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 예시 상황

  • 조서 작성 전 피의자에게 “말 안 하면 더 크게 처벌받는다”고 협박
  • 휴식 없이 10시간 이상 신문
  • “가족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암시로 진술 유도
  • 회유를 전제로 자백 강요 (“지금 말하면 집에 갈 수 있어요.”)

이러한 수사는
단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헌법과 형사소송법 모두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3. 헌법상 보장된 권리와 강압수사의 위헌성

✅ 헌법 제1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이 조항은 단지
‘말을 하지 않을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 수사기관이 자백을 받기 위해
심리적·물리적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들어 있다.

📌 헌법재판소 2014헌바217 결정

“심문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반복적 협박 또는 회유는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즉,
▶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온 진술은
→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간주할 수 없고,
→ 이는 위헌적 조사로 분류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대한 대응방안과 헌법적 한계

4. 강압수사에 직면했을 때의 실질적 대응법

✅ 1) 진술 거부 및 변호인 요청

  • 수사 중 이상하거나 강한 압박이 느껴진다면
    → “이 진술은 나중에 법정에서 하겠습니다.”
    → 또는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면 즉시 중단되어야 함

📌 형사소송법 제243조

“피의자는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


✅ 2) 조사 중 강압 상황 기록 요청

  • 신문이 시작될 때
    → “오늘 신문 과정은 녹음·녹화되는지” 확인
    → 불가할 경우, 신문 종료 후 진술거부서 또는 탄원서 작성해 추후 증거로 사용

✅ 3) 진술 조서 서명 거부 가능

  • 작성된 조서 내용이 강압 하에 작성되었거나,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면
    ▶ 서명을 거부할 수 있다.
    ▶ 조서 자체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음

✅ 4) 감정적 압박이 가해질 경우, 병원 진단 확보

  • 장시간 조사 후 신체적 이상이 느껴졌다면
    → 정신과 또는 내과 진료 후
    ‘스트레스 반응’, ‘과호흡’, ‘불면’ 등 진단서 확보
    → 강압수사의 외적 증거로 활용 가능

5. 강압수사로 인한 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사례

📌 서울고법 2022노2134

  • 피의자, 조사 도중 “자백 안 하면 구속” 위협 받음
    → 녹취록 및 수사관 진술로 협박 정황 입증
    → 자백 조서 증거능력 배제 → 무죄

📌 부산지법 2020고단4567

  • 피고인, 신문 중 식사·휴식 없이 9시간 조사
    → 피고인 “진술 자체는 사실이지만, 압박에 못 이겨 말함”
    → 법원, “자유의사에 의한 진술로 보기 어렵다” → 자백 배제

📌 대구지법 2019고합987

  • 경찰이 “부모에게 연락하겠다”고 협박
    → 미성년 피의자, 이에 겁먹고 자백
    → 법원, “형사절차의 공정성 훼손” → 증거능력 부정

6. 결론 – 수사는 정의의 수단이지, 억압의 도구가 아니다

형사절차의 본질은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지만,
그 진실이 강압으로 만들어졌다면
그건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수사기관은
‘결과’보다는 ‘절차의 공정함’을 지켜야 하고,
피의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조사실 안에서
겁에 질리지 않고
당당히 법의 보호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강압이 아니라 원칙으로 진실이 나오는 법정.
그게 진짜 법치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