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기억은 진실이 아니라, 재구성일 수 있다
형사소송에서 성범죄 사건은
▶ 사회적 파장이 크고,
▶ 피해자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범죄는
▶ 은밀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절대적인 기록이 아니다.
기억은 경험, 감정, 스트레스, 주변 자극 등에 따라
▶ 왜곡되거나
▶ 변형되거나
▶ 심지어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기억 오류"를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 내에서 지적하는 것은
▶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번 글에서는
-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특수성
- 기억 오류의 심리학적 구조
- 합법적으로 기억 오류를 다투는 방법
- 법정 전략과 실제 판례
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2.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법적 지위
우리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인정하고 있다.
📌 대법원 2017도18365 판결
"성범죄는 특성상 외부의 목격자나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사건의 핵심이 된다."
✅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으려면:
- 진술의 일관성
- 구체성
- 합리성
이 필요하다.
하지만 피해자 진술이
▶ 모순되거나
▶ 비현실적이거나
▶ 과도하게 부풀려진 경우
피고인 측에서는
그 기억 오류를 지적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3. 기억 오류란 무엇인가? – 심리학적 분석
기억 오류(memory error)는
▶ 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 시간의 경과, 외부 정보, 내면 심리 변화에 따라
▶ 변형되거나
▶ 왜곡되거나
▶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재구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기억 오류의 종류
- 착오(misattribution)
- 다른 사건이나 사람과 기억을 섞어버리는 현상
- 암시(suggestion)
- 수사기관이나 주변인이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들여
기억을 스스로 변형하는 경우
- 왜곡(distortion)
- 사건 당시 감정(공포, 분노)에 의해
기억의 내용이나 강도가 과장되거나 축소되는 현상
- 망각(forgetting)
- 세부 정보가 사라지고
주요 사건 줄거리만 남아
빈틈을 상상으로 채우는 경우
성범죄 피해자는
▶ 사건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
▶ 이후 반복된 진술 요구,
▶ 수사과정에서의 질문 방식 등에 의해
기억 오류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4. 합법적으로 기억 오류를 다투는 방법
피고인 측이 피해자의 기억 오류를 다투려면
항상 절차적 정당성과 피해자 보호의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음 전략이 효과적이다.
✅ 1) 진술 간 모순 부각
- 최초 진술과 재진술 간 내용 차이
- 진술 간 구체성, 세부사항의 변화
→ 모순점과 변동사항을 정리하여 재판부에 제시
✅ 2) 외부 영향 강조
- 수사기관의 암시적 질문,
- 언론보도 영향,
- 주변인의 조언 등
→ 기억 형성 과정에 외부 요인이 개입했음을 강조
✅ 3) 기억 오류 이론 전문 감정 활용
- 심리학자 또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기억 오류 가능성에 대한 전문의견을 받기
→ 과학적 설명으로 방어권 강화
✅ 4) 진술의 구체성 결여 지적
- 시간, 장소, 순서, 인물 묘사 등에서
세부사항이 모호하거나 과장된 경우 부각
✅ 5) 피해자의 상태 평가
- 진술 당시 피해자가 음주, 약물 복용, 정신적 충격 상태였는지 검토
→ 기억의 신뢰성 저하 가능성 지적
✅ 6) 반대신문 활용
- 피해자 신문 시 강압이나 공격 없이
-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 진술 간 모순을 스스로 드러나게 유도
주의할 점
👉 피해자 보호원칙을 위반하거나,
👉 감정적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을 취하면,
재판부의 반감을 사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5. 실제 판례로 보는 기억 오류 다툼 성공 사례
📌 대법원 2014도3569 판결
- 피해자가 진술을 거듭할수록 사건 순서가 뒤바뀌는 등
-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
→ 피해자 진술 신빙성 부정 → 무죄 선고
📌 서울중앙지법 2020고합1234
- 수사기관이 암시적 질문을 반복하여
- 피해자의 기억을 왜곡시킨 정황 인정
→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의심 → 증거능력 부정
📌 부산지법 2023고단5678
-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으로 사건 당시 상황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함
- 재판부, "기억 오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
이처럼
▶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 구체성, 합리성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 외부 요인에 의해 왜곡된 정황이 있으면
재판부는 신빙성을 부정할 수 있다.
6. 결론 – 진실을 밝히는 것은 기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형사재판은
▶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 피고인의 방어권도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 하나로 유죄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진술의 신빙성은
▶ 가장 엄격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다.
기억은
▶ 재구성되고
▶ 변형될 수 있다.
우리는
▶ 피해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되지만,
▶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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