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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불구속기소와 구속영장 청구의 병행 가능성

1. 서론 – 이미 기소했는데, 다시 잡아두는 건 정당한가?

형사소송에서 ‘기소’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여
정식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국가 형벌권의 공식적인 행사 선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검사가 한 사람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그런데 이후 갑자기 같은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이미 기소했는데 다시 잡아둔다고?

이 문제는 법률적으로 아주 흥미롭고, 실무적으로도 민감하다.
왜냐하면 ‘불구속기소’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선택이었는데,
뒤늦게 구속한다면 그것은
▶ 검찰권의 남용인지
▶ 수사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건지
▶ 아니면 정당한 필요에 의한 것인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 불구속기소의 의미
  • 기소 후 구속영장 청구의 법적 근거
  • 실제 판례와 실무상 허용 범위
  • 방어권 침해 문제와 대처 방안
    을 중심으로 이 희소한 쟁점을 본격 분석해본다.

2. 불구속기소와 구속기소, 무엇이 다른가?

기소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불구속기소
– 피의인이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것
→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출석 보장, 도주 우려 없음,
 방어권 보장 등이 고려된 상태

구속기소
–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되는 경우
→ 범죄 중대성,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 적용

일반적으로는
기소 이전에 구속 여부가 결정되며,
기소 후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이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 이미 불구속기소를 한 상태에서
▶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법적 근거와 정당성 여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발생한다.


3. 기소 후 구속영장 청구, 가능한가?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구속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기소 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즉, 기소 후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은 법적으로 열려 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 기소 전에는 구속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하며,
▶ 기소 후 구속영장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대법원 2002모209 판결에서도

“불구속기소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명백한 사정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단순히 수사기관이 마음을 바꾸었다고 해서
기소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구속 필요성이 새롭게 발생했음을 입증해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4. 실무상 허용되는 경우와 방어전략

실제로 불구속기소 이후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는 아래와 같은 사례에서 나타난다.

✅ 허용되는 대표 사례

  • 기소 이후 피고인이 도주 정황을 보이는 경우
     → 해외 출국 시도, 출석 불응, 소재 불명 등
  • 새로운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포착된 경우
     → 공범에게 진술 번복 요구, 증거 자료 삭제 시도 등
  • 추가 범죄가 드러난 경우
     → 기존 범행 외에 추가 범죄가 발견되면서
      사건 전체의 중대성이 커졌을 때

이 경우, 수사기관은
기소 당시와 달라진 사정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피고인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통해 방어가 가능하다:

⚖️ 피고인 측 방어전략

  • 기소 시점에 이미 모든 자료가 확보되어 있었음을 주장
  •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입증
  • 정상적인 생활과 성실한 재판 참여 의사 강조
  • 형평성의 원칙과 방어권 침해 우려 제기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불구속기소와 구속영장 청구의 병행 가능성

5. 결론 – 불구속의 원칙, 뒤집힐 땐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형사소송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국가가 범죄를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불구속 상태로 기소가 이루어졌다면,
그 판단에는 검사의 신중함과 수사의 충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이후 구속이라는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사정 변경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기소 후 구속영장은 법적으로는 허용되지만,
그 문턱은 낮아서는 안 된다.
피고인의 인신을 다시 구속한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헌법상 자유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불구속은 신뢰다.
그 신뢰를 뒤엎는다면, 반드시 그 이유도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법은 언제나 정당하게 움직여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