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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수사기관의 잠복수사와 위법수집 논란

1. 서론 – 그림자 속 수사, 그것은 정의인가 침해인가

잠복수사란 수사기관이 일반인의 신분을 가장하거나 현장에서 은밀하게 범죄를 탐지하기 위해 숨겨진 방식으로 행하는 수사기법이다.
마약, 성매매, 도박, 공갈, 살인청부와 같은 은밀하고 조직적인 범죄에 대해 실질적인 접근을 위해
잠복수사는 자주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방식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 예방이나 검거라는 명분 아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면
그 수사는 오히려 법을 어긴 수사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 잠복수사의 개념과 방식,
  • 위법 논란이 발생하는 주요 쟁점,
  • 판례에서 위법 여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 그리고 합법적인 잠복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지켜야 할 기준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다.

2. 잠복수사의 개념과 일반적인 수사 방식

잠복수사는 수사기관이 피의자 또는 주변 인물의 범죄행위를 탐지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은밀하게 현장을 관찰하고 개입하는 수사방법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 현장 모니터링형
    • 특정 장소(예: 모텔, 유흥업소, 주택가 등)에서
      수사관이 일반인처럼 가장하고 현장을 직접 관찰
  2. 함정수사형
    • 범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조성하여
      피의자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 후 검거
  3. 위장형접촉
    • 수사관이 거래 상대방으로 위장해 범죄 실행 시도를 유도하거나 확인

잠복수사는 직접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에서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그 수단이 위법하게 사용될 경우, 수사 전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잠복수사와 위법수집 논란

3. 위법수집 논란이 발생하는 핵심 쟁점들

잠복수사에서 위법 논란이 발생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주로 나타난다.

사전 영장 없이 촬영·녹음한 경우

  • 수사기관이 장소나 대화를 촬영·녹음했지만,
    그 대상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았거나 법원의 영장 없이 진행된 경우
  • 이때 확보된 영상이나 음성은 사생활 침해로 간주되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

함정수사의 경계

  • 피의자가 범죄를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범죄를 유도하거나 유발했다면,
    이는 수사 아닌 조작이 될 수 있다

사생활 침해 수준의 장기 추적

  • 장시간 동안 특정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가택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경우

위장 신분을 활용한 신뢰 침해

  • 피의자가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으로 알고 대화한 내용이
    수사기관의 위장이었다면,
    그 진술이나 증거는 적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잠복수사는 ‘정보 수집’과 ‘사생활 침해’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그 수사 자체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4. 판례를 통해 본 위법 판단 기준

실제 판례에서도 잠복수사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시 1)
대법원 2010도8367 판결에서는
경찰이 모텔에서 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수사관이 손님으로 가장하여 성매매 제안을 한 후 상대가 응하면 체포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범죄 의사가 형성되기 전에 범죄를 유도한 경우는 위법”이라며
해당 수사를 함정수사로 판단하고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예시 2)
반면 서울고법 2015노542 판결에서는
수사관이 도박장에 일반인으로 잠입하여 실제로 돈을 걸고 도박하는 장면을 촬영,
해당 자료를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도박이 실제 진행 중이었고,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수사기관은 단지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며
적법한 잠복수사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범죄를 유도했는지,
  • 피의자가 자발적 의사를 가지고 범죄를 실행했는지,
  • 수사기관이 최소한의 개입만 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위법성과 정당성을 구분하고 있다.

5. 결론 – 정의를 위한 그림자, 그 그림자도 법의 안에 있어야 한다

잠복수사는 범죄를 예방하고 적발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수단이 아무리 정당한 목적을 향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법을 벗어난다면 결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수사기관은

  • 피의자의 자발성 여부,
  • 사전 영장 및 법적 근거 확보,
  • 사생활 침해 최소화,
  • 영상 녹화 등 적법한 절차 준수를 통해
    잠복수사를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 잠복수사의 과정에서 위법한 개입이나 유도 행위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 수사기관이 제시한 증거의 적법성 요건 충족 여부를 철저히 다퉈야 한다.

잠복수사는 ‘그림자 속의 정의’일 수 있지만,
그 그림자조차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 있을 때만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