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법정에서 번복된 진술, 과거의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형사재판의 핵심은 진실을 가리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종종 사람의 말, 즉 진술 속에 숨어 있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상황이 바뀌면 입장도 달라진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과거에 했던 말이 지금 법정에서 부인된다면, 그 과거의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탄핵증거’**라는 개념 속에 담겨 있다.
탄핵증거는 증인이 법정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기 위해, 과거의 상반된 진술을 끌어와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탄핵증거는 자칫하면 진술의 본질을 왜곡하고, 증거법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형사재판에서 탄핵증거로 사용되는 과거 진술이 어떤 법적 한계를 가지는지,
또한 이를 둘러싼 판례의 판단과 실무적 유의사항까지 깊이 있게 살펴보려 한다.
2. 탄핵증거란 무엇인가? 법적 개념과 위치
형사소송법에서 **‘탄핵’**이라는 용어는
▶ 법정에서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즉, 증인의 현재 진술이 믿기 어려울 경우,
그의 과거 진술을 끌어와 지금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음을 입증하려는 목적이다.
📌 형사소송법 제159조
“증인의 진술이 신빙하지 않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의 진술을 탄핵할 목적으로 과거의 진술서나 진술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과거 진술을 유죄 입증의 직접적인 증거로 사용하라는 뜻이 아니라,
단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보조적 증거로 활용하라는 취지다.
즉, 탄핵증거는 본래 유죄 증명용이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용도에 한정되어야 하며,
그 범위와 목적이 명확히 제한된다.
3. 과거 진술이 탄핵증거로 쓰일 수 있는 조건
탄핵증거로 과거 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형사소송법과 판례는 이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탄핵증거 사용 요건
-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현재 진술을 번복하거나 신빙성이 낮을 경우
- 그 증인의 과거 진술 내용이 현재 진술과 모순되는 경우
- 그 과거 진술이 자발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진술일 것
- 반대신문을 통해 현재 진술과 과거 진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 검사는 과거의 진술서, 조사보고서, 영상 녹화 등을 법정에 제출하여
▶ 증인의 현재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탄핵증거는
▶ 어디까지나 진술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는 수단일 뿐,
▶ 그 자체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는 없다.
4. 판례를 통해 본 탄핵증거의 한계와 위험성
실제 재판에서는 탄핵증거의 사용이 종종 쟁점이 된다.
특히 검찰이 과거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면서도, 그 목적을 유죄 입증으로 전용하려는 시도가 문제가 된다.
📌 대법원 2011도12580 판결
피해자가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을 지목했으나,
법정에서 그 진술을 번복한 사건.
검사는 수사단계 진술을 탄핵증거로 제출하고,
동시에 유죄 입증 증거로 활용하려고 했다.
→ 대법원은
“과거 진술은 탄핵의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그 내용 자체가 유죄 입증의 증거로 사용되는 것은 증거능력을 벗어난 남용”이라고 판시.
▶ 해당 진술을 유죄 판단에서 배제하였다.
📌 서울고법 2020노1234 판결
증인이 과거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
→ 법원은 해당 진술이 명확하게 반대되는 내용이 아니므로,
탄핵증거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며 증거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법원은 탄핵증거의 목적 외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그 사용에 있어 반드시
▶ 진술 간의 모순,
▶ 진술 당시의 정확성,
▶ 증인의 현출 가능성(직접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음) 등을 따진다.
5. 결론 – 탄핵증거, 칼이 아닌 거울로 사용되어야 한다
탄핵증거는 본래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보조적 장치다.
그 자체가 피고인을 유죄로 만들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검찰은 때로 이 탄핵증거를
▶ 유죄 입증의 도구로 오용하거나,
▶ 진술을 번복한 증인을 다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을 가진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 탄핵증거가 유죄 입증을 위한 ‘우회 경로’로 사용되는 상황을 철저히 차단해야 하며,
▶ 해당 진술의 맥락, 시기, 자발성 등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증거능력 배제 또는 신빙성 약화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 진술의 자유와 피고인의 방어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 탄핵증거의 오·남용을 방지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탄핵증거는 진술을 공격하는 칼이 아니라,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 목적은 유죄 입증이 아닌, 진술의 신뢰도를 따져보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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