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위치추적은 증거인가, 감시인가
위치정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증거로 부상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위치 데이터는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이러한 위치추적 정보(Location Data) 는 살인, 성범죄, 마약거래, 도난 등 다양한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동선과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데 활용된다.
하지만 위치추적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정보다.
그래서 법은 이러한 정보의 수집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며,
사전 영장 없이 수집된 위치정보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영장 없이 수사기관이 확보한 위치추적 정보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에 관한 법적 기준과 최신 판례, 실무적 함의를 집중 분석해보겠다.
2. 위치추적 정보란 무엇이고 어떻게 수집되는가
위치추적 정보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생성된 개인의 위치 관련 데이터를 의미하며,
형사수사에서는 주로 스마트폰의 기지국 접속 기록, GPS 신호, 차량 이동 경로, 전자발찌 위치 데이터 등을 포함한다.
📌 수사기관이 위치정보를 확보하는 방식
- 통신사에 요청 – 통신사(예: SKT, KT, LGU+)에 피의자의 기지국 접속 기록 요청
- GPS 포렌식 – 피의자의 스마트폰 포렌식 분석을 통해 GPS 정보 확보
- 전자장치 분석 – 전자발찌, 차량 내비게이션,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한 이동경로 추적
위치정보는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동으로 저장되므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명확하고 빠른 진실 규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엄격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만 그 정보가 증거로 인정된다.
3. 영장 없는 위치정보 수집의 위법성과 증거능력 문제
우리 헌법은 영장주의를 통해 사생활 보호와 수사권 남용 방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히 위치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에서 강력하게 보호되고 있다.
📌 핵심 법률 요건
-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통신사실 확인자료(기지국 정보 포함)를 요청하려면
법원의 사전 영장을 받아야 한다. - 위치정보보호법 제15조: 위치정보는 본인의 동의 또는 법원의 영장 없이는 수집 불가
그러나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 사건의 긴급성을 이유로 영장 없이 정보 요청을 하거나,
▶ 통신사 측에서 임의로 제공하는 위치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으로 수집된 정보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4. 관련 판례 분석 – 증거능력 인정 vs 배제의 경계선
📌 대법원 2017도1529 판결
피고인이 도주 중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통신사에 영장 없이 위치정보를 요청해 확보한 사건.
법원은 **“영장 없는 수집은 명백히 위법”**이라며 해당 위치정보는
▶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과 사생활 보호는 수사의 편의보다 우선”임을 강조했다.
📌 반대 사례: 긴급수사 예외 인정 (서울고법, 2022. 5.)
납치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경찰이
즉시 통신사에 영장 없이 위치 추적을 요청, 피의자를 체포하고 피해자를 구조한 사건.
법원은 “현행범 체포의 긴급성과 피해자 생명 보호 목적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 배제는 지나친 결과”라며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영장 없는 위치정보 수집을 위법으로 보면서도,
▶ 생명·신체 보호의 필요성이 절박한 경우,
▶ 정당한 긴급성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는 예외적 증거능력 인정이라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5. 결론 – 수사와 인권의 균형, 위치정보는 그 중심에 있다
위치정보는 강력한 증거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개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면, 이는 곧 국가가 국민을 감시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 위치정보 수집 시 반드시 법원의 영장을 확보하고,
▶ 긴급한 경우에도 사후 영장 청구 등 보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반대로 피고인과 변호인은
▶ 제출된 위치정보가 영장 없이 수집된 것이라면
▶ 적극적으로 증거능력 배제를 주장할 수 있고,
▶ 수집 경위, 통신사 대응, 수사보고서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결국, 법원은 이러한 양 측의 주장을 바탕으로
수사의 효율성과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중요한 판단자가 되어야 한다.
위치추적은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자칫 잘못 쓰이면 피고인을 유죄로 이끄는 가장 위험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철저한 절차와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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