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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상습범 판단 시 과거 전과의 증거능력 한계

1. 서론 – 과거의 죄가 현재의 유죄를 말해주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범행이 한 번의 실수가 아닌, 반복된 행동일 경우
법원은 이를 ‘상습범’으로 판단하고 더 무거운 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이 있다.

"그 사람이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던 기록이,
지금의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히 전과기록의 열람 문제가 아니라,
▶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의 한계,
▶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 그리고 상습범의 판단 기준과 깊이 연결되는 문제다.

만약 법정에서 “이 사람 예전에도 이런 범죄 저질렀습니다”라는 말만으로
이번 사건에서 유죄를 판단하거나, 더 무겁게 처벌한다면
그건 정당한 재판일까?

이번 글에서는

  • 상습범 개념과 법적 효과
  • 과거 전과기록의 증거능력 쟁점
  • 관련 판례와 실무 적용
  • 공정한 재판을 위한 기준
    을 중심으로 ‘상습범 vs 증거의 공정성’ 사이 균형점을 찾아본다.

2. 상습범이란 무엇이며, 왜 더 무겁게 처벌되는가?

상습범이란
동종 또는 유사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사람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범죄보다 처벌이 가중되는 특수 유형이다.

형법 제3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3회 이상 죄를 범한 자는 그 형을 가중한다.”

이는 범죄의 동기, 행동 양식, 반복성 등을 고려하여
단순히 ‘한 번’의 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성이 높은 범행 유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예시)

  • 상습절도, 상습사기, 상습도박 등은
    형법에 아예 '상습'을 전제로 한 별도 규정이 존재하며,
    해당 사안에 해당하면 형량 상한이 대폭 올라간다.

즉, 상습범 판단은 단순한 과거 이력 검토가 아니라,
현재의 범죄가 얼마나 반복적이고 고의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다.

그렇다면 이 ‘반복성’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당연히 피고인의 과거 전과기록을 들고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문제의 시작이다.

 

상습범 판단 시 과거 전과의 증거능력 한계

3. 과거 전과기록의 증거능력 – 그냥 제출하면 되는 걸까?

피고인의 전과기록은
형사소송에서는 매우 민감한 자료다.
왜냐하면 그것이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이 사람 또 그랬겠지’라는 편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이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이렇게 규정한다:

“피고인의 전과는 그 범죄사실의 입증에 공할 수 없다.
 다만, 상습범 여부, 형의 양정 등에 관련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전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지만,
상습성 판단에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조건이 있다:

  • 과거 범죄와 현재 사건이 시간적으로 너무 멀지 않아야 하며
  •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범죄여야 하고
  • 상습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어야 하며
  • 당사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즉, 목적, 관련성, 절차적 정당성이 충족되어야
전과가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4. 실무와 판례에서 본 적용 기준

실제 판례에서도
과거 전과를 상습성 판단에 활용하는 데는
아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 인정된 사례

대법원 2011도15054 판결
피고인이 수년간 동일 수법으로 소액사기를 반복했고,
그 전과기록이 1년 이내에 집중되어 있었던 사안에서
→ “전과는 상습성 판단을 위한 합리적 근거가 된다”고 판시

서울고법 2018노1509
피고인의 도박범죄 전과가
3개월 간격으로 4회 있었다는 이유로
→ “단기간 반복된 범행은 상습성을 보여준다”고 판단

❌ 부정된 사례

대법원 2009도1036 판결
8년 전에 발생한 절도 전과를
이번 사건의 상습절도 판단에 사용하려 한 검찰의 주장에 대해
→ “시간적 간격이 너무 커서,
 현 범죄와 실질적 반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부산지법 2020고단4862
사기 전과가 있더라도
현재 사건과 수법이 다르거나,
고의성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 “단지 전과 존재만으로 상습성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

결국 전과는 상습성 입증을 위한 단서일 뿐,
자동으로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이다.


5. 공정한 재판을 위한 기준 – 전과는 어디까지 참고해야 하나?

법정에서 피고인의 전과를 언급하는 순간
배심원(미국의 경우), 또는 재판부는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도 그랬던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그랬겠지.”
라는 생각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공정한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

  • 상습범 판단 외의 용도로는 전과를 활용하지 않는다
  • 피고인에게 이의제기 및 반론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한다
  • 전과를 언급할 때는 **재판의 특정 시점(예: 양형 심리 단계)**에 한정한다
  • 시간 간격이 큰 전과는 증거가치가 낮다고 판단한다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전과기록 열람, 사실 확인, 증거 동의 여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6. 결론 – 과거는 기록일 뿐, 이번 범죄의 답은 아니다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이번 범죄의 유죄를 말해주는 이 될 수는 없다.
그건 편견이고, 오판의 가능성이다.

전과는 참고자료일 뿐
진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다.

특히 상습범 판단은
단순히 ‘많이 했다’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반복된 패턴이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만 가능
하다.

형사재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정에서 다루는 전과는
항상 조심스럽고 정밀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지나간 잘못은 참고로 남기되,
현재의 판단은 오직 지금의 증거와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