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진실을 녹화하는 그 카메라, 언제부터 꺼야 하는 걸까?
수사기관은 진술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의자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흔히 말하는 ‘피의자신문 영상녹화’로,
특히 고위험 사건이나 성범죄, 청소년 범죄 등에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영상녹화는 당사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만 적법하다.
문제는, 진술이 진행되던 중
피의자가 갑자기 “이제 녹화 그만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녹화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을 때 발생한다.
이때 수사기관은 보통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한다.
▶ 녹화를 끄고, 진술은 계속 진행
▶ 녹화는 유지한 채, 계속 질문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철회 이후의 진술은 과연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 영상은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 혹은 녹화를 끈 뒤 종이에 작성한 진술서까지도 무효가 되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 영상녹화 진술의 법적 성격
- 동의 철회의 효력과 시점
- 이후 진술의 증거능력 여부
- 실무 및 판례에서의 적용
까지 함께 짚어보며
형사소송법에서 디지털 증거와 진술권 보호의 경계선을 살펴보겠다.
2. 영상녹화 진술의 법적 의의와 전제 조건
영상녹화 조사는 일반적인 피의자 신문과 달리,
그 진술의 전 과정이 녹화되고 보존된다는 점에서
증거로서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5항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한 경우,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고,
증거로 사용할 것에 대해 피고인이 동의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
- 진술 당시의 동의
-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때의 동의
즉, 영상녹화 자체가 증거가 되려면
▶ 진술 당시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녹화에 동의했는지,
▶ 그리고 나중에 법정에서도 사용에 동의했는지
모두 확인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중에 동의를 철회한 경우,
그 전후의 진술은 어떻게 구분되고 취급될까?
3. 동의 철회 시점 이후 진술 – 녹화 중단과 증거능력의 분리
수사기관이 영상녹화를 진행하던 중
피의자가 동의를 철회하면,
수사기관은 즉시 녹화를 중단해야 하며,
그 시점 이후의 진술에 대해서는
별도의 증거능력 요건이 적용된다.
대법원 2010도13119 판결은
“영상녹화는 자발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진술 중 피의자가 철회한 경우,
그 이후의 녹화 또는 진술은
적법하지 않은 수집 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핵심은
▶ 녹화 중단 이후에도 계속된 진술은 녹화 여부와 관계없이
적법 절차 위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시)
- 녹화 중단 후 수사관이 작성한 진술조서
- 녹화가 계속된 상태에서 ‘자발적’이라 주장하며 계속 질문한 부분
→ 이 모든 내용은 피의자의 자발성, 동의 여부, 진술 경위에 따라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4. 실무상 적용 사례와 증거능력 판단 기준
📌 사례 1 – 녹화 철회 후 진술 계속 진행된 경우
피의자가 "녹화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수사관이 녹화를 끄고 계속 구두 진술을 받음
→ 해당 진술은
- 자백에 해당하는 경우,
- 그 자백이 자발적이고, 외부 압력이 없었다면
→ 진술조서로 증거능력 인정 가능
📌 사례 2 – 철회했는데도 몰래 계속 녹화한 경우
녹화 중단 의사를 표시한 피의자에게
“절차상 꺼야 되는데...” 하며 시간을 끌며 녹화를 지속
→ 법원은
“피의자의 의사에 반해 수집된 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
→ 증거능력 부정
📌 사례 3 – 철회 이후 별도 서면 진술 유도
수사관이
“그럼 녹화는 안 할 테니, 자필 진술서라도 써주세요”라고 유도
→ 자필 진술서의 증거능력은
▶ 동기 유도 여부,
▶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 진술 전 경고 조치 이행 여부
에 따라 인정 여부 갈림
5. 증거능력 인정의 핵심 조건 – 진술의 자발성과 절차 준수
결국 동의 철회 이후의 진술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는
다음 조건들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 ① 진술 당시 자발성
– 강압, 유도, 회유가 없었는지
– 피의자가 거부권을 알고 있었는지
✅ ② 진술 방식의 적법성
– 녹음이나 녹화가 몰래 지속되지 않았는지
– 자필 진술서 유도 시 진술거부권 안내 여부
✅ ③ 법정에서의 증거사용 동의 여부
– 재판에서 피고인이 “그 진술을 증거로 사용해도 좋다”고 동의했는지
– 반대로 명시적으로 동의 거부하면,
해당 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능력 없음
이 세 가지가 충족되었을 때에만
동의 철회 이후 진술도 유효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6. 결론 – 기록보다 중요한 건 동의, 말보다 중요한 건 권리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진실을 남기기 위해 영상녹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방식의 기록은,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권리를 침묵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이
“이제 녹화는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의사를 존중하고
그 이후의 진술은 절차에 따라 새롭게 수집되어야 한다.
녹화된 진술이든,
녹화되지 않은 진술이든
가장 중요한 건 그 진술이 자발적이고, 절차가 정당했는가다.
말은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남길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것,
그건 법이 반드시 지켜줘야 할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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