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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공범 간 진술의 증거능력과 독립적 증명 필요성

1. 서론 – 공범 진술의 문제점과 형사소송법의 태도

형사재판에서 공범 간의 진술은 종종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같은 범행에 가담한 자의 진술은, 범죄의 정황을 가장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은 진실을 말하기보다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왜곡되거나 과장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실제로 많은 피고인이 공범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나중에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공범 진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증거능력 인정에 있어 매우 엄격한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공범의 진술은 자백과 동일하게 취급되며, 반드시 독립적인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법의 입장이다. 이는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한 보강법칙을 공범 진술에도 확대 적용한 것으로, 자백의 위험성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형사소송법상 공범 간 진술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례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거나 부정되었는지 판례를 통해 분석해보고, 이 제도의 실무적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2. 공범의 진술이 가지는 본질적 문제점

공범은 법적으로 ‘공동정범’, ‘종범’, ‘교사범’ 등을 포함한 범죄 공동 가담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동일한 범행에 연루되었기 때문에, 사건의 경과나 범행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형을 줄이기 위한 협상의 수단으로 타인을 끌어들이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형량이 무거운 주범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을 줄이기 위해 공범의 역할을 부풀리거나, 아예 무관한 제3자를 범행에 끌어들이는 진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수사 초기에 검사가 “진술을 잘 하면 형을 감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유도하는 경우, 공범의 진술은 협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처럼 공범 진술은 자유롭고 자발적인 진술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진술 간 내용이 충돌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진술을 번복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범의 진술을 자백에 준하는 증거로 간주하고, 단독으로는 절대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3. 형사소송법상 공범 진술의 증거능력 요건

형사소송법 제319조는 “공범의 자백은 보강증거 없이는 피고인의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곧 공범의 진술도 자백으로 간주되며, 이 자백이 피고인에 대해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독립적인 보강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공범의 진술은 그 자체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는 아무리 상세하고 구체적인 진술이라도, 피고인이 직접 진술한 것이 아닌 이상 독립적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보강증거는 공범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야 하며, 반드시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공범의 진술 외에 피고인의 지문, CCTV 영상, 진술의 일관성, 기타 물적 증거 등이 보강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공범의 유사한 진술이 보강증거가 될 수 있는지는 판례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 이와 관련된 주요 판례를 다음 문단에서 확인해보자.


4. 판례를 통해 본 공범 진술의 증거능력 판단

공범 진술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관되게 “단순히 공범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독립적인 증거가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16도18379 판결

피고인이 강도범죄에 가담했다는 공범 A의 진술이 있었으나, 별다른 물적 증거 없이 A의 진술만으로 기소가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공범의 진술은 형을 줄이려는 의도가 개입되었을 수 있고, 그 자체로 신빙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유죄 인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9도4717 판결

이 사건에서는 공범 B와 C가 모두 동일한 내용을 진술하였지만, 피고인을 특정하는 명확한 외부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공범들 간의 진술이 서로 부합한다 해도, 그 외에 별도의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보강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공범의 진술에 대해 일관성보다는 독립성과 객관성을 우선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자백 중심의 수사를 탈피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사법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5. 결론 – 공범 진술 활용에 있어 실무상 유의사항

공범 진술은 범죄사실을 파악하는 데 있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증거 중 하나라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공범 진술만을 맹신하지 말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보강자료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유죄 입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고한 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변호인 역시 공범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그 진술의 진정성립 여부, 자발성, 일관성, 협상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방어 논리를 구성해야 한다. 재판부는 공범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단순한 진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진술이 실제로 피고인의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향후 형사소송 실무에서는 자백이나 진술 중심의 증거 구조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 수집 시스템의 강화가 요구된다.
공범 진술은 어디까지나 단초일 뿐이며, 최종 판단은 독립적인 증거의 존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