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피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법정은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
형사재판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는 절차다.
하지만 때로는 그 과정이 피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피고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그 형사재판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피고인의 사망은 단순히 한 개인의 생명이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그와 관련된 형벌권의 행사 여부, 피해자의 권리, 명예회복, 유족의 입장, 사회적 판단 등
여러 복합적인 법적 쟁점을 동반한다.
특히, 피고인이 재판 중 사망했을 경우,
법원은 그 사건을 어떻게 정리하고 종결할 것인가?
- 공소기각인가?
- 면소인가?
- 무죄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 피고인 사망 시 소송절차의 종결 방식
- 실무상 판례의 흐름
- 피해자 측 입장에서의 쟁점
- 해외 사례와의 비교
까지 함께 살펴보며, 이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보겠다.
2. 피고인 사망 시 형사소송법상 원칙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사망했을 경우의 절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4호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소멸된 때에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한다.”
즉, 형사재판 중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판부는 그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고 절차를 종결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고인의 사망은 단순한 소송 중단 사유가 아니라
국가의 형벌권이 더 이상 미치지 못하게 되는 상태,
즉 소추불가사유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형사재판의 본질이
‘살아 있는 자연인’에 대한 처벌을 전제로 한다는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사망한 자에게는
형벌을 집행할 수 없고,
형사책임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면소’가 아닌 ‘공소기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형사재판에서 재판을 종결짓는 방식에는
‘무죄’, ‘유죄’ 외에도
공소기각과 면소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여기서 혼동되기 쉬운 것이 바로
왜 피고인이 사망했을 때는 ‘면소’가 아니라 ‘공소기각’이 되는가이다.
✅ 면소란?
이미 확정판결이 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처럼
소추할 수 없는 사유가 존재할 때 내리는 판결
✅ 공소기각이란?
기소 자체에 소추 요건이 결여되어
형사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임을 선언하는 판결
피고인의 사망은
소추권이 형식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게 되는 상태이므로,
형사재판 자체를 시작할 수 없는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4. 판례 및 실무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대응
실무상 피고인의 자살이 발생한 경우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 사망사실 확인
→ 가족, 경찰, 의료기관 등을 통해 사망 확인서 확보 - 검사에 의한 사실보고
→ 검사가 공소유지 불가능을 이유로 보고 - 재판부의 공소기각 결정
→ 정식 판결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며 사건 종결
예시 판례 – 서울중앙지법 2016고합XXX
→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 중 자살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사망사실 확인 후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하였다.
이와 같이 법원은 피고인 사망 시
형사소송법상 의무에 따라 재판을 중단하고,
사실상 형사절차 전체가 종료된 것으로 본다.
5. 피해자 측 입장과 유족의 권리 문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피고인의 사망으로 재판이 종결될 경우,
피해자는 피해 사실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절차가 종료되며,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피해자의 명예 회복 미비
→ 피고인의 유죄 여부 판단 없이 사건이 종료되면
사회적으로 피해자가 ‘무고했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에 영향
→ 형사 유죄 확정이 없으면
민사상 위자료 청구 등에 불이익 발생 가능
또한, 유족의 입장에서도 민감한 문제들이 있다:
- 사망한 피고인의 명예 회복이 불가능
- 무죄 주장을 이어갈 수 있는 절차 없음
- 형사소송기록 접근 제한
현재 우리 형사소송법상에는
사망한 피고인의 사건에 대해
유족이 무죄 입증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6. 결론 – 형벌은 끝났지만, 정의는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살아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 원칙은 법적으로 분명하다.
하지만 그 재판이 도중에 끝났다고 해서,
피해자와 유족, 사회가 그 사건을 끝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 피해자는 명확한 판단 없이 고통을 떠안고,
- 유족은 억울함을 입증할 기회조차 없이 침묵해야 한다.
형벌권이 끝난다고 해서
정의에 대한 필요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 피고인 사망 시 일정 조건 하에서 유족이 재판 절차를 일부 이어갈 수 있는 제도,
▶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에 대한 공적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죽음은 끝이지만,
그로 인해 끝나버린 진실은
때론 다시 조명되어야 할지도 모른다.